(글쓴이) 용인시갑 이상식 예비후보
(글쓴이) 용인시갑 이상식 예비후보

[경기시사투데이] “이상식 민정실장은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소.” 2017년 7월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으로 임명되어 신고하러 간 날 이낙연 총리가 하신 말이다. 2018년 1월 그해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을 떠날 때까지 6개월을 상사로 모시고 근무했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상황은 급변했다. 그는 총리를 그만두고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가 당 대표가 되었다. 대선 예비후보로 이재명과 경쟁해 패했으며 미국으로 외유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신당을 창당한다고 한다. 착잡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당 내외에서 그에 대한 비난이 들끓을 때에도 나는 시류와 관계없이, 그리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연연하지 않고, 상사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그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다. 그와 함께 근무했다는 사실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지난해 7월쯤인가. MBN ‘아침 앤 매일경제’에 패널로 나갔다가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이 이슈가 되었을 때 돌발질문을 받았다. 나를 잘 아는 메인 앵커의 휴가로 대타로 나선 앵커가 나에게 물었다. “이상식 실장님은 이낙연 총리를 상사로 모셨고, 지금도 연락도 하고 하실 텐데 귀국과 관련해 연락하거나 하신 적 있으십니까?” 이런 걸 두고 복합질문의 오류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생방송이지만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제가 이낙연 총리를 모시고 근무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가 저를 부른 것이 아니고 김부겸 장관이 저를 추천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령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락을 안 하고 있으며 현재 그분과 저는 정치적 결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방송이 끝나자 앵커는 나에게 사과했다.

자랑 같지만 나는 까다로운 이낙연 총리의 기준을 충족했던 몇 안 되는 총리실 간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대구에 내려가 정치활동을 할 때까지도 그와 나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와 김부겸 선배가 동시에 당 대표 출마에 나서면서 그와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낙연 총리 측은 나에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요구했다. 나는 거부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험지에서 같이 고생했던 김부겸 선배를 저버릴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 대신 이재명 후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나는 대형 로펌인 율촌을 떠나 이재명 후보와 긴밀한 관계였던 LKB & Partners로 옮겼다. 이재명과의 연결을 염두에 둔 포석임을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지 않다면 대형 로펌의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작은 로펌으로 올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나는 이재명 후보에게 끌리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는 아예 무수저였다. 그에게서 나는 참혹한 삶을 견뎌낸 자신의 한을 공동체에 대한 봉사와 헌신으로 승화시키려는 강렬한 열망을 보았다. 나는 이재명 후보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결합되었다. 경선 때는 자칭 비공식 정보특보로, 본선 때는 법률지원단 부단장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했었다.

최근 이낙연과 나는 행사장에서 몇 번 조우한 적이 있다. 그의 경선 패배가 나의 잘못은 아니건만 나는 그때마다 그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그에게 묻고 싶다.

그는 탈당의 이유로 당내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민주당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내 민주주의가 문제라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검찰독재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권위주의 정부 시대로 퇴행시키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있지 않은가?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거대한 권력에 대항해 함께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은 비겁한 배신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탈당 기자회견에서 그는 김대중 정신을 내세웠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와 독선으로 민주, 민생, 평화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 진단은 옳다. 그렇다면 다 같이 힘을 합해 총선에 승리해 민주, 민생,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김대중 정신 아닌가? 김대중 정치학교 제2기 회장이자 김대중재단 용인지회장으로 누구보다도 열렬한 김대중 정신의 옹호자이며 계승자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그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자신에게 4선 의원, 도지사, 국무총리, 당 대표라는 꽃길을 걷게 해준 민주당의 동료들에 대하여 사리에도 맞지 않는 엉뚱하고 저열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이것은 그가 그처럼 강조한 정치의 품격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일뿐더러 초조함과 불안함을 드러내는 반증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사석에서 나에게 말한 바와 같이 ‘존경받는 열성 민주당원이었던 아버지와 민주당의 본류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마다 그를 붙들었다던 어머니’에게는 지금 이 상황을 무어라고 말씀드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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